연초부터 시끌시끌했던 레이디 가가 콘서트가 끝난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가가에 대한 생각들을 잠깐 정리해보려고 한다.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계(특히 한기총을 중심으로 한 보수 교계)의 가가에 대한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들의 논지는 크게 다음과 같다.
- 가가는 사탄을 숭배한다. 그녀의 음악은 음악 이상의 영적 공격을 내포한다.
- 가가는 동성애를 긍정한다. 가가의 동성애 합법화 운동이 동성애가 합법화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 가가의 공연은 음란과 살생 등 엽기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공연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이와 같은 주장을 두고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비기독교인은 대부분 이와 같은 기독교의 반응을 소위 개독의 헛소리로 치부하며 무시했고, 기독교인들 또한 가가의 공연에 대한 찬반 양론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우선, 한기총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내 생각은 이렇다. 기본적으로 나도 가가의 콘서트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것을 주지하고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너무 길면 뒤쪽의 결론만 읽어도 충분할 것 같다.
- 가가는 사탄을 숭배한다. 그녀의 음악은 음악 이상의 영적 공격을 내포한다.
지금까지 나는 가가의 음악은 들어본 적도 없고, 앞으로 들을 생각도 없다. 가가의 신앙과 사탄 숭배 여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음악의 영적 영향에 대해 내가 논하는 것은 부적절할 수 있다. 그렇기에 조금 일반론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나는 분명히 음악은 우리의 영혼과 가장 밀접히 닿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그녀의 음악이 영적으로 악할 수도 있다는 부분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을 절대적 '악'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충분히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영적 실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고, 많은 기독교인들조차도 이에 대해 성경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신중한 연구와 근거를 제시해야 할 책임을 가진 한기총조차도 이단 연구는 몇 년씩 하는 데에 반하여 가가에 대해서는 섣불리 영적인 악을 논하고 있지 않은가 싶다.
결론적으로, 단편적 사실들을 통해 가가를 악마 숭배자로 규정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한국에 오면 어둠의 일들이 가속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여전히 나는 동의할 수 없으나, 그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 가가는 동성애를 긍정한다. 가가의 동성애 합법화 운동이 동성애가 합법화에 영향을 미칠 수가 있다.
가가의 노래나 그녀의 여러 가지 활동으로 볼 때 가가가 동성애를 긍정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또한 동성애가 기독교의 가르침에 반하는 것도 분명하다. 때문에 가가의 콘서트가 기독교의 입장에서 달가울리가 없다. 동성애가 왜 죄인가의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문제이기 때문에 여기서는 짧게 성경에서 죄라고 하기 때문이라고 하고 넘어가겠다. (사실 이걸로 충분하지만) 동성애가 개인의 선택과는 무관한 선천적 형질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다른 죄 또한 우리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임을 볼 때 그것이 동성애를 옹호하는 근거로서 충분한 것 같지는 않다.
동성애에 대한 올바른 기독교적 입장은 정말 어려운 것 중 하나이다. 동성애자를 배척하고 죄인으로 취급하는 한 쪽 극단과 동성애를 용인하고 죄로 다루지 않는 반대쪽 극단 사이 어딘가에서 잘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예수님은 동성애자들과 함께 식사하시고, 그들의 집에서 머무셨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동성애를 긍정해야 한다는 논리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예수님은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을 절대 정죄하지 않으셨지만 그렇다고 간음을 용인하신 것은 아니다. 죄는 죄로 대하되 죄인은 사랑으도 대하는 것이 예수님의 방식이다.
그러한 면에서 동성애의 합법화를 내세우는 가가의 주장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러한 그녀의 주장이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가지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경계심이 허물어지면 동성애자가 늘어날 것인지 어떤지는 동성애의 선천성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는 지금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계가 가가의 공연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 가가의 공연은 음란과 살생 등 엽기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공연에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퍼포먼스를 보인다.
공연 이후 나온 기사들을 보니 확실히 가가의 공연이 다분히 엽기적이고 선정적이라는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었다. 의상도 선정적이었고, 댄서들이 동성애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보수적 입장에서 이런 공연이 혐오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을 악마의 형상과 연결시키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중요한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본다. 나는 이미 충분히 많은 한국의 대중 미디어가 선정적인 것으로 치면 선을 넘었고, 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무디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내가 이런 면에서 보수적인 것도 있지만), 이러한 것들이 중요한 이유라면 이미 기독교 전체적으로 TV 없애기 운동 같은 것이 일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가가의 사탄 숭배 및 영적 악영향에 관해서는 더욱 충분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그녀의 공연은 다분히 선정적이고 엽기적이며, 그녀의 동성애 옹호론적 입장이 공연에 반영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선정적, 엽기적인 것과 동성애에 대한 경계심을 상실하도록 할 수 있다. 이는 전체적인 문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반대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
그러나 교계의 이토록 민감한 반응과 조심성 없는 묻지마 반대에는 기독교인인 나조차도 거부감이 든다. 가가 공연 반대보다도 대중 문화에 대한 올바른 시각 및 대안 미디어 제공이 훨씬 더 의미있고 중요한 사역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무조건적 반대 때문에 기독교 내부에서도 작은 분열이 나타났는데, 충분한 근거 제시와 논의가 이루어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가가의 공연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그녀의 예술이 담고 있는 사상 때문이다. 가가의 음악과 콘서트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모든 것은 용인된다'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하다. 그녀의 동성애 옹호와 엽기적 공연 모두 이와 같은 맥락 안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녀는 파격적인 대중 문화에 대한 반감도 우리가 보수적 시각을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옷을 입어야 한다 사회 규범조차도 보수적 문화가 만들어 놓은 제약으로 인식하는 듯 하다. (물론 이러한 해석에는 약간은 무리한 추측이 섞여 있다.)
나는 이러한 사상이 가가의 다른 어떠한 면보다도 위험하며 쉽게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가의 주장은 극단적인 포스트모더니즘으로, 어떠한 절대적 규범은 존재하지 않고 정의(justice)는 사람들의 동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하자가 없어보이는 이 주장이 예술을 등에 업고 퍼질 때 사람들은 너무나 경계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여기서 모두 서술할 수는 없지만, 상대주의는 기독교적 진리가 설 자리를 아예 없애버린다고 짧게 말할 수 있겠다. 기독교에는 유일신 여호와 하나님과 그 분에 의해 결정되는 정의가 있을 뿐, 절대 사람들의 호불호는 선악을 결정하는 잣대가 되지 못한다. 그러나 가가의 상대주의는 이러한 기독교적 가치에 '꽉 막힌 보수'라는 이미지를 선사하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포스트모더니즘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들고,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반감을 가지게 한다.
교계에서 이러한 이유를 들어서 가가 콘서트 반대를 했었더라면 나는 훨씬 더 잘 동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가가 자체가 아닌 가가의 공연이 가진 위험성에 대한 경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가가의 공연을 반대하느라 우리 주변에 훨씬 더 많이 도사리고 있는 다른 악의 공격에 대해서 둔감해지지 않을 수 있다.
진짜 결론. 나는 가가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공연 후기나 기사를 통해 그녀의 사상이 극단적 포스트모더니즘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고, 때문에 그녀의 공연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공연의 선정성이나 폭력성 등도 그녀의 공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가가 공연을 반대하는 것은 본질을 잊은 것이며 오히려 우리 주변에 더 많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을 보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계속적인 분별 속에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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