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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3 마지막으로 입는 교복 (14)
제목만 보면 고등학교 졸업생인가 싶겠지만, 과고는 교복이 없기 때문에 중학교 졸업을 하는 저도 오늘 마지막으로 교복을 입습니다. 교복 달라는 데도 많은데 굳이 주지 않고 갖고 있는 것은 옷이 너무 낡아서 주기조차 미안한 것도 있지만 역시 교복 한 벌 마저도 없으면 왠지 학생으로 있었던 시간 자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괜한 두려움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가 버렸네요. 입학하던 게 엊그제 같으면서도 기억을 해 내려고 하면 까마득해서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기억 속에서 빨리 잊혀지는 게 때론 무섭기도 합니다. 그래서 블로깅도 하고, 문집도 만들고, 졸업 앨범도 만드나봅니다. 12월 한 달 간 열심히 만든 학급 문집이 어제 나왔고, 오늘은 졸업 앨범을 받았습니다. 역시 졸업 앨범보다는 학급 문집이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아침에 등교하니 졸업식 준비가 한창이더군요. 저야 방송부라 8시 반까지 갔지만, 다른 학생들은 9시 반까지 오면 되는 것이었다는데, 어제 안내가 잘못 되어서 저희 반 학생들은 모두 8시 반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자마자 학급 사진을 외장 하드에 옮겨서 교실 컴퓨터에서 슬라이드 쇼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하고 방송 시설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과학고에서는 방송부도 떨어졌으니 방송 점검을 하는 것도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일이겠네요. 많이 가르쳐 준 것도 없는데 알아서 잘 배워서 제가 별 말 하지 않아도 준비를 하는 2학년 방송부에게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졸업식이 시작되고, 시상도 끝나고, 별 방송사고 없이 졸업식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졸업식까지도 방송에 신경을 쓰는 제 자신이 불쌍할 뿐입니다.

교실에 돌아와서 담임 선생님과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1년동안 저희 반이 했던 것들을 사진으로 남겨서 부모님들께 슬라이드 쇼로 보여드렸습니다. 정말로 엊그제 일 같다는 게 그런 것이더군요. 한명 한명에게 졸업앨범과 졸업장을 주시면서 악수를 했습니다. 포옹을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용기부족인 저는 악수만 했습니다. 악수하면서 하시는 말씀, "연락 해!" 물론 연락 드려야죠. 나중에 술 한잔 사 주실 거죠?

TV에서 보면 졸업식 때마다 밀가루, 계란이 등장한다는데, 다행히 그런 건 없었습니다.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준호, 하늘 등과 사진을 찍고, 방송부 2학년들에게도 작별의 말을 전하고 학교를 나왔습니다. 초등학교 졸업식 때의 기억으로는, 졸업식이 끝나고 사람이 모두 빠져 나간 휑한 모습의 그 학교, 그런 모습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은 그런 모습 보기 싫어서 끝나자 마자 사람 많을 때 빠져나왔습니다.

그런데 어차피 휑한 학교의 모습은 보아야 하는 모습이었나봅니다. 식사 후 학급에 외장 하드디스크를 두고 온 것이 기억나서 결국은 빈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하드디스크를 챙긴 후 빈 교실에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중학교 졸업이 이러면 학생 신분을 벗어나는 고등학교 졸업식은 어떨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지납니다.

이제 빨리 중학교 생활을 정리하고 페이지를 넘겨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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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