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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11 졸업 앨범에 얽힌 부끄러운 기억 (3)
졸업 앨범은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가장 먼저, 인생에서 최대 3권만 소유할 수 있으며, 같은 앨범을 가진 사람들은 극히 제한되어있다. 둘째로, 학창 시절의 추억을 소중히 지켜 준다. 마지막으로 친구들과 연락을 취할 경우 연락처 제공의 수단이 된다. 때문에 졸업 앨범은 누구나가 소중히 생각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친구의 연락처 제공의 수단으로서 작용한다는 점은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학원 등에서 광고물을 발송할 때 졸업앨범의 주소지와 이름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학기 초, 교문 앞에서 학생들을 붙잡고 말을 거는 사람들 중 일부는 졸업 앨범을 잠깐 가져와서 복사를 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식의 말을 건넨다. 학생의 신분이기에 돈에 약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은 졸업 앨범을 가져 와서 주소록 부분을 복사해 주곤 한다. 모든 학교의 졸업 앨범을 복사한 그들은 사라진다.

필자의 아픈 기억은 중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일어났다. 필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와 함께 하교길에 있었다. 갑자기 한 여자가 다가와서는 초등학교 앨범을 잠깐 복사해 주고 가면 5,000원을 준다고 하는 얘기를 하였다. 마침 당장 돈이 필요하던 나는 선뜻 승낙을 해 버렸고 집에서 졸업 앨범을 가지고 다시 교문 앞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비극의 원인은 앨범에 있었다. 다른 학교의 앨범은 학생의 연락처와 주소가 앨범 맨 뒤에 모여 있었으나, 필자가 졸업한 학교의 앨범은 각 페이지의 사진 아래에 주소와 연락처가 있었으므로 한꺼번에 복사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결국 교문 앞의 그들은 앨범을 며칠 간 빌려 주면 모두 복사한 후 택배로 보내 주겠다고 하였다. 순진하였던 것인지 바보같았던 것인지 필자는 이를 받아들였고 집 주소까지 남기고 앨범을 넘겨 준 뒤 집에 돌아왔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택배는 현재까지도 오지 않았으며, 아무런 연락 조차 없다. 일종의 사기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필자는 다른 사람들이 앨범을 보거나 앨범 얘기를 하면 기가 죽는다. 바보같이 사기를 당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일까. 그 당시 옆에 있던 친구 외에는 '5,000에 앨범을 팔아먹은' 나의 이야기를 아는 친구는 아무도 없다. 이제 중학교 졸업을 얼마 남기지 않고 이 부끄러운 기억을 과감히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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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