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방송부 학생들의 불만이 심히 심화되어 이에 관한 편지를 방송부 담당 선생님께 올렸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이대근입니다.
작년까지 방송부 담당교사를 맡으시던 김창환 선생님께서 타교로 전근을 가시고 올해 선생님께서 방송부 담담교사를 맡게 되어 기쁩니다.
선생님의 적극적인 청소와 시설 개선 덕분에 작년보다 훨씬 깨끗한 방송실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훨씬 나은 기기들과 시설로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선생님, 평소 방송부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하여 몇 가지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알고 계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불만이 조금씩 쌓여가다가 요즘 심화되는 것처럼 보이기에 방송부 학생들을 대신하여 선생님께 말씀드립니다. 더 나은 방송부 생활을 위하여 드리는 편지이니, 오해 없이 읽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제일 먼저 공과 사를 구분해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께서는 방송부 학생들이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함에 있어서 이를 관리, 지도, 감독하는 역할을 갖고 계십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일(예를 들어, '실내 정숙' 입간판 제작)을 저희가 하도록 하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방송부의 지도교사를 맡고 계시다고 해서 방송부 학생들에게 선생님께서 아무 일이나 시켜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명 저희들은 방송과 관련된 일을 하기 위해 방송부에 들어온 것이고, 이를 항상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두 번째로, 방송실의 이용에 대해 명확히 해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실은 선생님의 공간이 아닌 방송부 모두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는 드라이버나 가위, 칼, 간단한 필기구마저 캐비넷에 넣고 잠가 두시기 때문에 저희가 이용이 일절 불가능하며 이용하고자 할 때에는 선생님께 말씀드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항상 방송실에 계시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어디 계시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도구를 이용하고자 할 때에는 정말 난처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방송실에 방송과 관계없는 물건들을 가져다 두시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명히, 선생님의 지정된 좌석은 교육정보실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보다 방송실에 선생님의 물건이 더 많은 것을 늘 볼 수 있습니다. 작년까지는 김창환 선생님의 지정 좌석이 방송실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해도, 올해부터는 방송부 지도교사도 방송실 이외에 좌석을 갖습니다. 방송실은 더 이상 선생님의 개인 좌석이 있을 수 없는 자리인 만큼, 선생님의 개인 업무에 관련된 서류와 자료들을 방송실에 놓는 일은 더 이상 없으셨으면 합니다.
세 번째로, 방송부 학생들은 청소부원이 아닙니다. 물론 방송실은 주기적인 청소가 필요하며, 현재는 청소가 부족한 편이라는 것은 알 고 있습니다. 하지만, 토요일 조회 때나, 주간 행사가 있을 때에는 모든 학생들이 방송에 전념하고 모든 신경을 여기에 기울여도 모자랍니다. 하지만 매 행사마다 방송은 저를 포함한 소수의 아이들만 하고 있고 다른 아이들은 선생님에 지시에 따라 청소를 하느라 바쁠 때가 있습니다. 제가 수적으로 벅차서 다른 아이들에게 부탁을 하려고 하면, 선생님께서는 왜 청소를 하다 마냐고 하시며 계속 청소할 것을 종용하시어 방송에 많은 차질이 빚어집니다. 청소에 관해서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 당번제를 정해 운영하였으면 합니다. 특정 요일을 자기가 맡아 그 날은 확실히 하고 가는 당번제가 정해진다면, 부담을 느끼게 되어 확실한 청소가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네 번째로, 방송 관련 일이라도 자신의 개인 시간을 침범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저야 학원을 가지 않기 때문에 자유롭게 남아서 잡업을 할 수 있지만, 다른 학생들의 경우 학원이나 집안 사정, 개인 사정 등으로 오래 남지 못할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매일 남는 것 또한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어렵습니다. 저희 모두 학교에의 봉사를 위해 방송부에 들어왔고, 자신의 시간을 희생할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송부 활동 때문에 학원 수업을 빼먹고, 집안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 당초 저희는 아무리 방송 일이 있어도 늦어야 4시 반까지, 그것도 1주일 2회 이내라는 조건을 가지고 방송부에 들어왔습니다. 이 조건을 무시하고까지 무리하게 방송 일에 임하다보면 결국에는 가족들로부터, 자신 스스로 여러 가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부디 방송부 일로 개인의 시간을 뺏기는 일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선생님, 방송부는 학교 방송을 책임지고,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봉사하는 부서입니다. 모두가 실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잘 독려한다면 모두가 책임감과 봉사정신으로 방송부 업무에 임할 것이라는 것은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선생님과 학생이 서로를 신뢰하고 함께 할 때 원활한 방송부 운영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에 무례하게도 이와 같은 편지를 선생님께 드립니다. 부디 더 이상 학생들로부터 선생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지 않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 또한 학교 방송 발전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편지 내용 접기
반응은 빨라서 좋았습니다. 아침 시간에 선생님 책상에 올려놓았는데, 즉시 쪽지 한 장을 주셨습니다.
1. 수업참가
2. 방송실 4人 이상시 사용
3. 방송실 청소 매일
4. 컴퓨터/기자재 사용 후 원상복귀
5. 실내 정숙(장난 금지)
6. 지켜지지 않을 시, 방송부 제명
아마도 화가 단단히 나신 것이겠지요.
당장 점심시간에 집합하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점심시간 내내 선생님의 감상을 듣고 방과후에도 다시 모여 5시까지 쭉 이어졌습니다.
굉장히 황당하고 어이없고 화가 난다는 목소리셨습니다만, 학생에게 그러한 편지를 받으면 당연하시겠지요.
선생님의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입간판 제작이나 그러한 일은 교장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하라고 하셨기 때문에 시킨 것이다. 그게 싫다면 다른 학생을 불러서 시키겠다.
두 번째, 방송실 물품은 분실·파손을 염려하여 자유 사용을 불가하도록 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위가 2번이나 부러졌음에도 선생님께 자진신고를 안 하는 것으로 봐서 꺼내놓기가 두렵다.
세 번째, 청소를 안 하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 당번제는 당번 명단을 제출하면 시행하겠다.
네 번째, 지금까지도 집에 빨리 보내주려고 노력해왔는데, 앞으로는 4시 반을 가능한 넘기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쓰겠다.
음...;;
첫 번째, 그렇다면, 다른 학생을 방송실에 들어오게 하겠다는 것입니까.
두 번째, 가위는 한 번은 제가 부러뜨렸습니다만, 그 후에 바로 신고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두 번째는 1학년이 부러뜨렸는데, 그것도 바로 신고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 번째, 청소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방송 하고 있을 때 다른 일을 시키지 않으셨으면 하난 바람을 적은 것입니다. 잘못 이해하셨네요.
아주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얻은 게 꽤 있는 결과였습니다. 물론 선생님으로 하여금 실망을 하게 했고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 있지만, 방송 이외의 잡역을 최대한 배제해주겠다는 것과, 빠른 귀가 약속, 당번제 실시, 영상제 출전 취소, CA 활동 계획 수정 등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특히 영상제 출전 취소는 저는 매우 아쉬웠지만 다른 학생들이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나름 기분 좋았고, CA 활동 계획 수정은 저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지만(저는 CA
정보반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이 매우 환영하더군요.
하루 왠종일 가슴 졸이며 있었지만, 결과는 예상보다 그리 나쁘지 않아 다행입니다.
선생님께 이러한 편지를 드린 이상, 저희들도 무언가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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