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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21 [인곽 Life 04] 꽃동네 봉사활동 (4)
꽃동네 봉사활동 - 3/12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다녀 오는 곳이 꽃동네 봉사활동이다. 학교 측에서는 공부만 하는 학생이 아닌, 남을 생각하고 배려할 수 있는 학생으로 지도하기 위해 학기초부터 간다고 했지만, 과연 얼마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봉사활동 후 학교에서 소감문을 제출하라고 해서 제출한 바가 있다. 아마 잘 쓴 것을 뽑아서 교지 등에 싣기 위함일 것이다. 본 포스트는 이 소감문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다시 쓰기는 너무 귀찮기 때문이다.(ㅡㅡ;)

가평 꽃동네 봉사활동 소감문내가 꽃동네라는 곳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작년 아는 형에게서였다. 봉사활동으로 꽃동네에 다녀왔다는 형은 오자마자 녹초가 되어 쓰러졌다. 어떤 곳이길래 그럴까 하던 곳에, 이번에는 직접 다녀오게 되었다.

꽃동네는 연고지가 없는 어려운 분들이 함께 모여 살면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치유하는 곳이었다. 오갈 곳 없는 노인 분들, 정신적으로 편찮으신 분들과 심신 장애인들, 그리고 거처할 곳이 없는 부랑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거대한 마을을 이루고 있는 곳이 바로 꽃동네였다.

사전에 각자 어떤 위치에서 봉사활동을 할 것인가 정할 기회가 있었는데, 나는 희망의 집에 배치되었다. 희망의 집은 심신 장애인, 즉 몸과 마음에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계신 곳이었다. 교지 ‘곰솔’에 적힌 선배의 글에 의하면, 모든 집 중에 희망의 집이 가장 힘들다고 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도 전에 겁을 먹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봉사활동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희망의 집 3층에 배정되어 식판을 닦고, 빨래를 널고, 편찮으신 분들 식사를 도와 드리는 등의 간단한 일만 하면 되었다. 물론 쉴 시간이 없이 계속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에 다리가 아프기는 했지만 심히 힘들 정도의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복도를 돌아다니다가 어떤 할아버지 한 분이 부르셔서 가 보았다. 말씀하시는 것을 잘 알아들을 수 없어 한참을 헤매야 했다. 계속 서랍을 가리키시길래 서랍을 열어 보았더니, 건빵을 포함한 몇 개의 과자가 들어 있었다. 난 당연히 과자를 달라는 것인 줄 알고 과자를 드리려고 했더니,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원하는 과자의 종류가 틀렸나 해서 다른 과자를 드려 보았지만 계속 아니라는 눈치셨다. 한참을 헤맨 끝에 전달된 의미는 옆의 할아버지께 과자를 드리라는 것이었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 때 나는 잠깐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무엇을 달라고 하면 달라고 했지, 옆 사람에게 주라는 말일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불행히도 목에 걸릴 위험이 있어 아무 음식이나 주면 안 된다는 지시에 과자를 드리지는 못해서 유감이지만, 편찮으신 분들이라도 모두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서로를 ‘가족’이라고 부르는 것이 정말 실감날 정도로, 삭막한 병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저녁 시간에는 거동이 불편하신 할아버지의 식사를 도와드리게 되었다. 말을 온전하게 하실 수 있어서 나에게 이것저것 지시하셨는데, 자기 밥은 한 숟갈도 드시지 않으시고 제일 먼저 시키신 일이 가지고 계시던 고기를 같은 방에 있던 다른 할아버지들께 조금씩 나누어 드리라는 것이었다. 내가 조금씩 나누어 드리자 더 나누어 드리라고 하셔서 결국 남은 건 적은 양이었다. 다른 할아버지들이 다 드셔 갈 때서야 식사를 시작하신 할아버지셨다. 자기 밥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몸 성한 우리가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일 것이다.

청소 도중에 만난 한 뇌성 마비가 있으신 아저씨도 생각이 난다. 말을 제대로 하실 수 없어서 소통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지만 70%의 의역을 보태서 겨우 대화가 가능했다. 가방을 빨아달라, 약을 정리해 달라 하는 것 이후에는 핸드폰을 가져 와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셨다. 아, 핸드폰도 가지고 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당연히 그 곳에 계신 분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을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었을까. 7번까지 저장되어 있는 번호를 하나하나 불러 드리고 2번에 전화를 걸어 통화하시는 것을 도와 드렸다. 아들이나 가까운 사람처럼 보였는데, 대략 핸드폰을 샀으니 등록을 하라는 것 얘기 같았다. 바로 앞에서 듣는 나도 해석이 어려운데, 전화기를 통해 듣는 상대방은 과연 알아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짧은 봉사활동이 끝났다. 짧았지만,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었다. 꽃동네가 비록 어려운 분들의 모임이라고 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마을이고, 가족이며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 단순히 아픈 사람들이 모여 있는 병동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물론 봉사 활동을 통해 남을 돕는 마음을 기르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이겠지만,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이번 활동의 가장 큰 수입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제출용'의 티가 너무 날 수도 있으나, 그야말로 포스팅을 새로 하면 거의 다시 쓰는 게 될 것 같아 그대로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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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rry